감상/책

[리뷰/책] 용의자 X의 헌신

땅일단 2024. 8. 26. 00:46

 

폭력을 자행하는 전남편을 우발적으로 살해한 여자, 그리고 그녀를 남몰래 애정하던 천재 수학자가 인멸을 도우면서 벌어지는 내용이다.

 

유명한 작가의 유명한 작품인데 사실 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처음 읽어봤다.

그런데 왜 인기가 많은지 알 것 같았다. 일단 문장이나 단어가 굉장히 쉽다.

그 말은 대중적이기 쉽다는 것이고 추리 소설 입문으로 아주 적합할 것 같은 소설이었다.

 

이 책만 그런진 모르겠지만 사실 내용 자체도 그리 복잡하지가 않았다.

오히려 추리소설로서의 난해함보다는 서정성에 조금 더 비중이 있다고 봤다.

 

하지만 전개에 있어서는 매우 치밀하므로, 이렇게 쉬운 소재를 가지고 이렇게까지 치밀하게 풀어낼 수 있구나, 하며 놀랐다.

 

작품에서 주를 이루는 인물인 야스미와 유가와, 구사나기 모두 현실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나 같아도 그들과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가장 판타지적인 부분이 주인공인 이시가미 그 자체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가 했던 '헌신' 은 비현실적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상식에서 벗어난 행동이었기에 등장인물들과 독자의 허를 찌른 것이다.

 

권일용 프로파일러가 이런 말을 했던 적이 있다.

범죄 사건이 발생했을 때, 범행 동기를 '나 같으면' 이라고 가정하여 생각하면 사건을 추론해 나가기가 정말 힘들다는 것이다.

단돈 만 원을 갚지 않아도 살의를 느끼는, 그런 처지에 있는 사람이 없을 거란 보장은 없다.

 

유가와는 그 가정을 경계했기에 정답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이시가미와 가까운 사이였고, 그를 잘 알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만일 그렇지 않았다면,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 중 단 하나라도 빠졌더라면 영영 묻히게 됐을 사건이었다.

 

이시가미는 과연 끝까지 유가와를 원망할까?

마지막 장면을 보고는 그것이 무척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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