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책

[리뷰/책] 홍학의 자리

땅일단 2024. 8. 31. 22:29

지은이 : 정해연

 

 

고등학교 교사인 준후, 유부남인 그는 담당하는 학급의 학생인 다현과 은밀한 만남을 지속하고 있었다.

그런 날들이 이어지던 어느 날, 사건이 발생한다.

준후는 이미 숨을 잃은 다현의 몸을 호수로 던진다. 그리고 생각한다. 과연 다현은 누가 죽였을지를.

 

 

이 책은 직장 동료분에게 추천을 받아서 읽어봤다. (정작 그분도 읽어보지는 못했다는 듯 하지만...)

추천하시면서 반전으로 유명한 책이라는 말을 덧붙이셨는데, 사실은 반전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않고 읽는 게 더 좋다고 한다. 책 소개글부터 버젓이 반전이라는 단어가 있는 게 문제지만...

 

마지막에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에서 큰 반전이 있기는 한데, 그 반전을 제외하더라도 한 단락이 끝맺을 때마다 이야기의 흐름을 바꿔놓는 작은 반전들이 있어서 몰입도를 올린다. 뭐 그런 작은 반전들은 꼼꼼하게 읽었다면 어느 정도 예상을 할 수 있지만 마지막 반전은 진짜 예상을 못했다...

 

근데 그 큰 반전이라는 게 진짜 머리 한 대 맞은 느낌일만큼 당황스럽긴 했지만 추리나 스릴러물의 반전으로선 약간 아쉽다는 생각도 있다. 그저 '소설이기에' 나올 수 있는 반전이었던 것이다.

 

경찰인 강치수를 제외한 등장인물들이 사나운 이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소심해 보이지만 어느 정도 욕망에 충실하며 맹랑한 면을 가지고 있는 채다현,

사람 좋은 웃음을 하면서도 검은 속내를 가지고 있던 황권중,

겉으론 성실한 모범생이지만 수시로 채다현을 괴롭혔던 정은성,

직장에서는 냉철해 보이지만 아들을 위해서라면 옳지 않은 일이라도 불사하는 조미란.

 

그리고 가장 도드라진 건 주인공 김준후였다.

목적을 위해 주변 사람을 죄책감 없이 이용하는 행동, 짧은 시간에 트릭을 생각해내는 비상한 두뇌 등의 묘사를 통해,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전형적인 소시오패스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할 수 있겠다.

단적으로 다현이 살해당했음을 알았을 때도, 다현이 느꼈을 고통과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기보다 자신에게서 다현을 빼앗아간 것에 대해 분노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이런 식으로 등장인물들도 모두 앞뒤가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으니, 이러나저러나 이 책은 '반전' 이라는 키워드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는 책일 것이다.

 

그런 만큼 매콤할 정도로 자극적인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도파민에 굶주린 사람이라면 읽을 때 재미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