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책

[리뷰/책]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땅일단 2024. 9. 18. 18:29

지은이: 넬레 노이하우스

 

동급생이던 두 소녀를 살해한 혐의로 10년의 형을 살고 출소한 토비아스가 다시 고향인 알텐하인에 복귀한 뒤, 그의 주위에서 크고 작은 사건들이 계속해서 일어나기 시작한다. 이에 대해 조사하던 경찰 피아와 보덴슈타인은 10년 전 사건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가지게 되고, 이내 알텐하인이라는 작은 마을이 수많은 비밀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 책은 학창시절 때 교실 책상에서 한 번쯤 볼 수 있었을 정도로 대중적이었던 넬레 노이하우스의 시리즈물 중 가장 인기가 많은 소설이라고 한다. 정말 우연이지만 최근에 MBC에서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도 방영 중이다.

 

소설 제목이나 표지에서 좀 동화적이고 어딘가 신비스런 미스테리 느낌을 풍기지만 글 내용에선 그런 분위기는 없고 그냥 매우 현실적인 사건물이라고 보면 된다.

 

분량이 상당히 긴 편에 속한다. 그런 만큼 묘사가 세세하고 또렷했기에 생소한 독일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머릿속으로 장면을 그려내기가 쉬웠다. 다만 초반부는 갑자기 여러 명의 인물들이 소개되기 때문에 조금 혼란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지금껏 읽었던 미스터리 소설들에 비교해 좋았던 점은 수사하는 형사에게도 인간적인 면을 묘사했고, 개인사를 풀어냈단 점이다. 그런 글에서는 경찰이 작품 내 등장인물이라기보다는 해설자스럽단 느낌을 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리즈물 중 이 소설만을 읽었을 때 느낄 수 있는 거슬리는 부분이 두 가지 있는데,

  • 형사들의 개인사가 메인 사건에는 그다지 큰 영향을 주진 않아서 그럴거면 왜 상당한 분량을 주면서까지 그 이야기를 넣었냐는 생각이 든다.
  • 주인공(토비아스)이 비중에 비해 별로 하는 게 없어서 수동적이란 느낌을 준다.

물론 이 두 가지는 이 시리즈물의 레귤러 주인공이 피아, 보덴슈타인 콤비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면 해소되는 부분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스토리적으로 가장 많이 연상했던 건 오페라로 유명한 '카르멘' 이었다. 대표적인 팜 파탈로 일컬어지는 카르멘이 자신과 한 남자의 인생을 몰락으로 이끈 것과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그런 인물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들을 둘러싼 뒤틀린 마음들이 얽히고 설켜 황폐화되는 이야기가 사건의 전체적인 흐름이라고 보았다.

 

어쨌든 아쉬웠던 부분도 있지만 개성있는 캐릭터들, 그리고 섬세하고 체계적으로 진행되어 지루하거나 답답한 부분이 없는 두 형사의 수사과정이 마음에 들어서 드라마판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