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책

[리뷰/책] 감정의 식탁

땅일단 2023. 5. 20. 21:05

저자 : 게리 웬크

읽은 날짜 : 2019.07.04

 

당신이 생각하는 것, 감정을 느끼는 것 모두가 당신이 먹는 음식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면 믿을 수 있는가? 이 책에서는 음식과 약물을 구태여 구분하려 하지 않고, 실제로 음식과 약물 사이의 경계는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고 언급한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우리가 먹는 음식과 약물은 둘 다 대부분 식물에서 온 것이기 때문이다.

 

식물에 함유된 유효 성분은 우리 뇌가 정신 작용을 일으킬 때 사용하는 화학물질과 비슷하다는 것이 과학자들에 의해 밝혀졌다. 지구상의 동식물이 동일한 역사를 거쳤기 때문에 식물의 화학물질이 우리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그들은 설명한다.

만약 이러한 성분의 분석이 더욱 깊고 넓게 이루어진 미래에는 우리가 먹는 것’, 즉 약물의 효과를 지닌 음식들로 감정이나 생각에 인위적인 영향을 주는 일이 더욱 늘어나지 않을까? 아직 구체적인 사항이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최근 국제 질병 센터(WHO)에서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함이 확정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사례는 늘어날 거라고 예측된다. 그렇게 된다면 특정한 감정을 억제시키거나, 우리가 하는 행위에 영향을 미치는 정신 기능을 향상시켜줄 약들 또한 수없이 개발될 것이다. 앞선 WHO의 결정이 대중들에게 많은 혼란을 준만큼 아직은 받아들이기 힘든 나중의 이야기지만 말이다.

특정 화학물질을 섭취하다 중단한다면 뇌는 그 물질이 섭취되는 것을 정상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부족하다는 신호를 보내는데 이를 반동 효과라고 하여, 그 화학물질이 몸에 미치는 영향과 반대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진정제인 술(알코올)을 섭취하고 나서는 숙취가 오는 것이 그 예시가 될 수 있다. 이처럼 뇌 기능에 바로 변화를 줄 수 있는 식품이 있는 반면 며칠에 걸쳐 효과가 나타나는 고혈당 탄수화물, 평생에 걸쳐 효과가 나타나는 항산화 물질 함유 식품 등도 있다.

음식을 최대한 많이 섭취하고자 하는 사람의 유전적 습성은 뇌가 분비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엔도르핀과 엔도카나비노이드에 의해 이루어지며, 이는 비만을 불러일으킨다. 나도 비싼 뷔페를 갔을 때 배가 충분히 부름에도 불구하고 쉬지 않고 먹었던 경험이 있는데, 비만인 사람들의 경우에는 앞서 말했던 신경전달물질들이 더 많이 분비되기 때문에 배가 부름에도 훨씬 더 많은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이 또한 음식으로 인해 뇌의 작용이 변화한 예시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이 부분이 이 책에서 얻는 가장 유용한 정보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저자는 확실한 해답은 아직까지 없다고 설명한다. 기억과 학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아세틸콜린의 작용을 촉진시키는 식품은 감자, 토마토 등이 있지만 이것들은 인지할 만큼의 효과를 주지는 못한다. 기억력을 좋게 한다거나 뇌를 촉진시키는 치료제 같은 것은 개발되지 못했다. 알츠하이머를 치료하고자 하는 노력은 아세틸콜린 수치를 높이는 약물을 만들어 냈지만 알츠하이머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실험적으로 밝혀진 가장 좋은 식습관은 칼로리 제한(소식)과 아침을 먹고 저녁을 거르는 것, 이 두 가지이다.

그러나 정작 이 책의 저자 또한 알츠하이머의 진행을 늦추고 노화로부터 뇌를 보호하는 약물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고 하니, 앞으로 그런 치료약이 나온다는 것이 가망이 없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뇌에 영향을 주는 식물과 그 성분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들은 경우에 따라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이를테면 흔히 발암물질로 알려져 있는 니코틴조차도 파킨슨병의 예방 효과가 있으며, 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알코올은 치매 발병 시기를 늦출 수 있고, 안정제로 사용하는 벤조디아제핀은 과잉 복용 시 복용을 중단하면 불면증과 불안을 일으킨다. 초콜릿, 암페타민, 코카인 등의 각성물질은 도파민의 기능을 강화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이로 인해 뇌의 정보처리 속도는 더욱 빨라지지만 정신병 또한 도파민이 원인인데, 항정신병약은 도파민의 기능을 억제함으로써 효과를 발한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바른 복용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식물은 항상 인간 곁에 있어 왔고, 인간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지켜주고 또는 해쳤다. 따라서 아주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좋다고 알려진 성분이라도 뇌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를 비롯한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미래에 나올 강력한 약물 섭취로 인해 뇌 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만약 우리가 생각하는정상적인행동이 비정상이 될 수도, 혹은 그 반대의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내가 예전에 봤던 영화 <이퀼리브리엄>처럼 약물로 뇌를 지배하는 사회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인데 이것이 허무맹랑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사람은 가끔 이성적인 판단이 흐려질 때가 있다. 이것조차도 약물이 끼치는 영향일 수도 있고(이 경우에는 중독) 정말 영화처럼 미래의 특정 사건으로 인한 제도를 시행하고자 하는 사회적 의무감에서 온 것일 수 있다.

또한, 몸에 좋은 식물을 먹는 것은 긍정적인 효과를 낳는다지만 건강해지는 비결은 식물을 먹는 것을 줄이는 것이라니 아무래도 모순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약이 되고 동시에 독이 되는 것은 아마도 음식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영양소의 기능과 더불어 뇌의 작동원리를 알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가져서 유익한 시간이었다. 앞으로는 무언가 입 안으로 밀어 넣기 전에 그것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