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책

[리뷰/책] 링크_21세기를 지배하는 네트워크 과학

땅일단 2023. 5. 20. 20:59

저자 : 앨버트 라즐로 바라바시

읽은 날짜 : 19.07.22

 

정보통신공학을 전공하는 학생으로서 평소에 네트워크 과학과 구조에 관심이 있었던지라 이 책을 읽기로 하였다.

내가 평소에 궁금했던 것은 어떻게 인터넷이 이토록 광대한 범위로 짧은 기간 안에 성장할 수 있었나 하는 것이었다. 웹은 1990년에 만들어진 딱 하나의 문서(팀 버너스 리에 의해 만들어진 'http://info.cern.ch')가 시초였지만 지금은 무수히 많은 문서가 존재한다. 이 책이 쓰인 시기는 2001년이고 지금은 거의 20년 가까이 지났으니 훨씬 더 많은 양이 존재할 것이다. 웹은 매우 복잡하고 광범위해서 성장 이면에는 상당히 어려운 이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을 것 같지만 그 원리는 생각보다 그렇게 복잡하지 않았다. 바로링크의 존재 덕분이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흥미 있었던 사실은 네트워크 과학은 웹상에서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우리 삶에서의 사회적 관계망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기서 다루는 내용은 두 가지 경우, 즉 웹상과 일상에서의 예시를 모두 들어 네트워크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바로 이것이 이 책의 장점 중 하나인데, 네트워크를 일상의 예시와 연관을 지어서 설명하기 때문에 이해하기가 더 쉬웠다. 비유적인 의미가 아니라 실제로 적용이 된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실제로 전 세계 사람들과 나, 그리고 모든 웹 페이지들과 나의 개인 홈 페이지는 단 몇 단계를 통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모든 노드들은 다른 노드와 연결되는 하나 이상의 링크를 가지고 있으며, 이 조건만을 충족한다면 하나의 거대한 클러스터(여러 개의 노드들로 이루어진 다발)의 생성으로 이어진다고 수학자 에르되스와 레니는 말한다. 우리는 모두 이 클러스터에 속한 노드인 셈이다.

그러나 네트워크는 무조건 무작위적인 링크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보통 자신과 관련 있는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나 혹은 같은 소속의 사람들과 연결되어 파벌을 형성하며, 웹 페이지들 또한 서로 유사한 주제의 페이지들로 클러스터를 이룬다. 이를 설명한 것이 와츠-스트로가츠 이론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웹 위상구조는 매우 불균등하다. 즉 극소수의 웹 페이지들만이 다른 페이지에서 그 페이지로 들어오는 링크를 1,000개 이상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에서도 상대적으로 많은 인맥을 가지고 있는 일부가 있지 않은가? 이러한 특징을 가지는 노드를 흔히 웹상에서 허브(Hub), 사회에서는 커넥터(Connector) 라고 부른다. 어느 쪽이든 다른 노드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심지어 화학적 상호작용에서도 적용되는데, 이 경우에는 물 분자가 허브 역할을 하여, 많은 물질과 상호작용함으로써 넓은 영향을 끼친다. 허브가 중요한 이유는 허브를 통해 한 노드와 다른 노드와의 거리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허브는 많은 노드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만큼 바이러스가 유포되기 쉬워지는 이유이기도 하며, 에이즈/종교의 확산과 기술의 혁신 또한 허브의 존재가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허브의 존재로 네트워크 구조는 대개 멱함수 분포를 따르게 되는데, 무작위적 네트워크가 정규분포 곡선을 그리는 것과 차이가 있다. 멱함수 그래프에서는 소수의 링크를 가진 노드들이 매우 많고, 극히 많은 링크를 갖는 극소수의 노드가 있다. 80/20법칙은 전체 돈의 약 80%를 인구의 20%이 번다는 것, 그리고 범죄의 80% 20%의 범죄자가 저지른 일이라는 통계적 수치와 일맥상통하며, 멱함수 분포의 예시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현실의 네트워크는 두 개의 법칙, 성장과 선호적 연결을 따르는데, 이 두 가지의 법칙을 통해 멱함수 법칙을 설명할 수 있다. 이를 척도 없는 모델(Scale-free model)이라고 하며, 보다 이른 시기에 성장한 노드는 뒤늦게 들어온 노드들보다 훨씬 많은 링크를 붙잡게 되는 부익부 현상을 야기한다. 척도 없는 모델에서 허브와 멱함수 법칙이 생겨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부익부 현상이 빈번한 척도 없는 모델 상에서도 후발 주자가 성공한 사례, 즉 허브가 되는 것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 그것은적합성(fitness)’이라는 개념의 도입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척도 없는 모델에서는 (적합도*링크 수)가 높은 노드를 선택할 확률이 높다고 한다. 여기서 노드가 사람이라면 적합성은 사람의 친화력이나 성격을 나타낸다.

모든 네트워크는 두 가지 카테고리 중 하나에 속하는데, 하나는 적합성이 높은 노드와 다른 노드들이 경쟁하며 공존하는 체제, 하나는 승자인 노드가 모든 링크를 독식하는 체제이다. 대부분의 네트워크(, 세포, 현실의 많은 네트워크들)는 전자를 따르지만 후자의 가능성도 분명히 있다. 잘 알려진 예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운영체제 시장이다.

무작위 네트워크와 달리 척도 없는 네트워크는 하나의 장점이 존재하는데, 그것은 위상구조적 견고성이다. 무작위 네트워크는 어떠한 임계점 이상으로 노드가 손실되면 네트워크 전체가 허물어지지만, 척도 없는 네트워크는 노드의 상당수가 손실되어도 네트워크는 그대로 작동된다. 척도 없는 네트워크인 인터넷은 이 같은 특성 때문에 자가 복구가 가능한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느낀 것은 어느 학문에서나 연결점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네트워크 과학은 사회학, 생물학, 양자역학, 의학, 사이버 보안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분야에 적용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러한 학문에서 개별적인 노드에만 초점을 맞추었을 때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분명 존재한다. 노드를 연결하는 링크와 다른 노드에 의해 끼치는 영향을 고려하고, 네트워크에서 적용되는 법칙과 원리를 이해하면 문제 해결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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