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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책

[리뷰/책] 칵테일, 러브, 좀비

by 저당단 2023. 5. 20.

지은이 : 조예은

 

첫 번째 이야기인 '초대' 에서는 주위로부터의 은근한 강요에 시달리는 주인공 '채원'이 등장한다. 그녀는 이것을 '목에 걸린 가시'로 비유한다. 남자친구의 취향에 맞추어 스스로를 바꾸고, 주위의 시선에 신경을 쓰면 이 가시는 따끔거리며 아파 왔다.
그녀의 목에 걸린 가시를 빼 준 것은 다름 아닌 남자친구의 동창, '태주' 였다. 이미 몇 번이나 살인을 행해 온 태주. 그녀에 의해 가시가 빠진 채원은 자신을 지배하던 남자친구를 살해하고, 그 전까지는 느끼지 못했던 희열을 느낀다.
우리 모두는 크든 작든, 목구멍에 하나씩 가시를 달고 산다. 7년이라는 시간 동안 가시에 고통받아온 채원은 틀을 벗어나, 한 순간에 가시를 빼고 만족감을 느꼈다.
"다들 있는 것도 그냥 없다, 없는 것도 있다 하고 사는 거죠."
태주는 그렇게 말한다. 목구멍에 박힌 가시를 어쩔 수 없이 달고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관통하고 있었다.

두 번째 이야기인 '습지의 사랑' 에서는 물에 사는 유령인 '물', 숲에 사는 유령인 '숲'의 만남을 그리고 있다. 하천을 메꾸고 숲을 없애려는 사람들의 방해가 있었지만 마지막엔 모든 것이 무너지고, 그들은 결국 서로 껴안으며 영원히 함께 있을 수 있게 되었다. 근데 사실은 진짜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 사랑을 말하고 싶은 건지, 자연 보호를 말하고 싶은 건지, 둘 다인지...

 

세 번째 이야기인 '칵테일, 러브, 좀비' 에서는 칵테일도 안 나오고 러브도 안 나온다. 오로지 좀비가 있을 뿐이었다. 칵테일은 안 나오지만 뱀술은 나왔고, 러브는 직접적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가족애가 어렴풋이 느껴질 듯 말듯 하긴 했다. 내용 자체는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과 비슷하지만 큰 틀에서는 달랐다. 아버지가 좀비가 되었지만, 어머니는 사랑이라든가 가족으로서의 애정에서 나오는 안타까움은 느껴지지 않았다. 경제적인 두려움에 시달릴 뿐이었다. 화자인 주인공은 그나마 어렸을 때 아버지와 놀던 추억이 떠오르며 아버지의 마지막을 버거워 했지만, 어머니는 아버지를 망설임 없이 끝낸다.

하지만 과연 아버지를 죽이던 어머니는 딸에 대한 생각만으로 아버지를 죽인 것일까? 나는 이 이야기가 첫 번째 이야기인 '초대' 와 궤를 같이한다고 생각했다. 어머니는 해방되길 원했을지도 모른다. 아버지에 대한 걱정에서도, 늘상 가부장적인 아버지에게 시달리던 과거에서도.

 

네 번째 이야기인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 는 타임 패러독스 소재가 기반이었다. 작품 자체에 어떤 무거운 의미가 있다기보다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장르 소설 같았다. 어느 날 일어난 한 가정의 비극, 가족들은 비극을 이겨내려 시간을 돌린다. 하지만 여느 타임 패러독스 소재의 교훈이 그렇듯, 아무리 시간을 돌린다 한들 비극을 멈출 수는 없었고, 시간을 돌린 모두는 자신의 결정에 후회하는 결과만을 남긴다. 시간을 돌리고 싶다는 상상은 누구나 한 번씩 해 보지만, 시간을 돌릴 수 있다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 자체가 더 큰 후회만을 남길 수 있는 저주에 불과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