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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책

[리뷰/책]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by 저당단 2026. 9. 17.

지은이 : 애거서 크리스티

 

병정 섬에 누군가의 초대를 받고 저택에 모인 10명의 사람들.
갑자기 방 한 구석에 놓인 스피커에서 녹음된 음성이 들리더니, 그들 하나하나를 호명하며 죄를 읊기 시작한다.
그들의 죄는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 심판받지 못한 죄였다.
그 이후, 사람들은 섬에 갇힌 채 한 명씩 죽음을 맞기 시작한다.
영국 동요 '열 꼬마 병정들'의 가사를 연상시키는 죽음을.

 

클로즈드 서클을 정립한 정말 유명한 고전 소설.

읽으면서 범인을 찾으려고 열심히 뜯어봤는데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한 명을 끝까지 의심해봤는데 범인이 아니었고, 정말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범인이어서 놀랐다.

돌이켜 보니 작가가 일종의 서술 트릭을 써서인지 단서가 많지는 않았다.

추리 소설이라기보다 미스터리/호러 소설이라고 봐야 할 듯하다.

 

개개인의 내면 묘사가 단조로운 편이라 개인적으로는 심리적 압박이 심하지는 않았다.

이후 출간된 수많은 소설에서 모티프를 따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지만,

이 소설 내용 자체로서도 오락성이 짙고 반전도 있기에 재미있고 가볍게 읽을 수 있었다.

 

읽으며 대단하다 느꼈던 건,

많은 등장인물들을 한 공간에 모아서 진행되는 군상극이 자연스럽다는 점,

그리고 눈에 띄는 빌런 없이 모든 인물들이 나름 합리적으로 사고한다는 점이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은 처음 읽어 보는데,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은 스포당한 관계로 다음 번엔 오리엔트 특급 살인을 읽어보고 싶다.

 

"이 사람은 재미있는 세례명을 가졌군요, 그렇잖아요? 얼릭 노먼 오웬이라, 한 번에 발음도 안 되네."
판사가 약간 움찔하며 말했다.
"고맙소, 매스턴 씨. 당신 덕택에 특이하고 중요한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소."
그는 다른 사람들을 둘러보고는 화가 난 자라처럼 고개를 치켜들며 말했다.

이건 영어권 특유의 비꼬는 대사가 웃겨서(ㅋㅋㅋ)

그 닳아빠진 여우 같은 자식, 그놈은 미소를 지었다! 지난날 롬바드가 합법적인 일만 해 온 게 아님을 분명 잘 알고 있다는 듯한 미소였다......
"오 그럼요. 믿고말고요. 워그레이브가 에드워드 시튼을 죽인 게 분명합니다. 양날 단도로 찌르는 것만큼이나 확실하게 그를 살해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영리했으므로 법복을 입고 판사석에 앉아 그 살인을 저질렀죠. 따라서 일반적인 방식으로는 그의 죄를 처벌할 수 없는 겁니다."
워그레이브 판사는 조심스럽게 틀니를 빼서 물이 든 잔 속에 담갔다. 입술선이 쭈글쭈글하게 허물어졌다. 그러자 그의 입은 야수의 입처럼 잔인해 보였다.
눈을 감으며 판사는 혼자 빙긋 웃었다.
자신은 시튼이라는 거위를 멋지게 요리하지 않았던가!
정원이 딸린 주택을 갖고 있는 사람은 말벌 처치용으로 청산가리를 쉽사리 손에 넣을 수 있다.
"왜 저보고 그 말을 하라는 거죠? 선생님 입속에서도 그 말이 맴돌고 있으면서. 앤터니 매스턴은 살해된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