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은이 : 시라이 도모유키
때는 1978년, 탐정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오토야 다카시'는
조수 '아리모리 리리코'가 해외 출장을 간 뒤 모종의 이유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녀의 주변을 조사한 오토야는 리리코가 갔다는 '조든타운'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정체를 들킬 위기에 처해 죽을 뻔하던 차 극적으로 리리코를 만난다.
그리고 리리코가 사실 조든타운을 조사하기 위해 파견된 조사단의 일원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같은 작가 소설인 <엘리펀트 헤드>를 사놨었는데 이 책에 먼저 손이 갔다.
최근 사이비 종교를 다룬 게임 <No Results Found>를 플레이했기도 하고,
유명한 사이비 집단사망 사건인 존스타운 사건을 소재로 했다는 점도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사실 <명탐정의 창자>의 후속작이라고 하는데, 읽는 순서는 별로 상관 없는 것 같아서 먼저 읽었다.
그것도 언젠가는 읽을 예정...
프롤로그 격인 사건이 하나 나오는데,
초반에 틀린 추리로 진상을 한번 꼬아 놨다.
그리고 그 추리의 허점을 논파해서 완전히 다른 결론을 선보이는 전개가 이어지는데,
나는 읽으면서 그 틀린 추리랑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 터라 아주 거하게 낚였다.
이 작가가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 여기서부터 느꼈다. -_-
밀실 등 흥미로운 소재들을 다루는 본격 미스터리이며,
고립된 장소가 배경이라 클로즈드 서클이라고 볼 수 있지만 900여명의 신자가 상주하는 독특한 환경이다.
더 특이한 건 사건을 풀어 나가는 플롯인데,
진상을 몇 번이나 꼬아 놔서 독자를 혼란에 빠뜨린다.
그리고 그 꼬아 놓는 행위에조차 모두 의미를 부여해 놨다. 대단한 전개.
대놓고 주는 사건 현장의 단서와 프롤로그의 연관성을 생각하니 범인의 비밀은 짐작할 수 있었지만,
이 소설의 진가는 인간의 심리를 가지고 허를 찌름에 있다 생각한다.
'오토야 씨는 자신이 보는 세계가 옳다고 단언할 수 있나요?'
클리셰스러운 대사지만 이렇게 기가 막히게 잘 써먹는 소설은 흔치 않다.
여러 인물들로 시점을 바꿔가며 사건을 보여주는데,
위화감을 느끼지 못했던 과거 회상이나 행동에도 떡밥을 마구마구 뿌려 놨다.
정말 사소한 요소도 복선인데, 예를 들면 주인공의 유치한 성격조차도 복선이었다...
추리 외적인 부분에서도, 앞전에 언급했던 별것 아니던 요소를 뒤에서 다시 써먹는 기술이 능숙했다.
장편소설임에도 앞부분과 뒷부분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효과를 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하나의 행동이 적어도 두 개의 기능을 하는 부분이 많을수록 프로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그리고 이 작가는 두 개, 세 개 까지도 쓰기도 해서 정말 머리가 좋구나... 생각했다.
전개는 매우 치밀했으나 아쉬웠던 점은 마지막 클라이맥스 추리가 인위적으로 보일 정도로 너무 극적이었다는 점?
왜 설명을 늘어놓는 탐정을 아무도 안 막는 거야...
변신할 때까지 기다려 주는 전대물처럼 탐정 소설의 불문율이라 해도 장소가 장소인지라 약간 어색했다.
그러나 전반부, 중반부, 후반부 모두 사건이 계속 휘몰아치면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흡입력과 전개가 인상깊었다.
특히 후반부는 '그래서 진실이 뭔데?' 되뇌면서 읽는 걸 멈출 수가 없었다.
마지막 진상과 동기는 현실성으로 따지면 다소 지나친 면이 없지 않아 있으나,
한편으론 그제서야 소설 제목의 의미를 이해하게 되어 전율하기도 했다.
아무튼 결론은 재밌는 책을 읽어서 좋았다.
괄목할만한 점은 소설에 한국인이 나온다.
마침 광주 민주화운동을 다룬 기리노 나쓰오 <다크>도 시켜놨음(절판돼서 중고로 삼)...
명탐정이 죽은 밤, 항구에는 비가 내렸다.
"백번 양보해서 정말 범인을 맞혔다손 치더라도, 우리 사무소가 해결한 미해결 사건은 여덟 건이야. 내가 이겼거든."
오토야가 목소리를 높이자, 고고타는 질린 듯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오토야 씨, 요코야부 씨를 질투하셨군요."
"이만 끊지."
"정색하지 마. 정 그렇다면 신앙인의 추리를 믿으면 되잖아? 안 그래?"
일부러 두 가지 선택지를 제시함으로써 반드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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