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은이 : 쓰치야 우사기
올해 6월에 나온 나름 따끈따끈한 빵같은 책.
교보문고에서 처음 봤는데, 제목에 눈길이 갔다. 빵집이 배경인 미스터리 소설은 신선했기 때문이다.
일본 현지에서 좋은 상을 탔다고도 하고,
개인적으론 코지 미스터리를 제대로 읽어 본 적은 없었기도 해서 평소 궁금하기도 했다.
대학생이자 만화가 지망생인 이치쿠라 고하루는 오사카의 빵집인 '노스티모'에서 알바를 하고 있다.
그녀는 특유의 오지랖과 추리력으로 주변 사람과 더욱 깊은 관계를 쌓아가기도 하고, 새로운 사람과의 인연을 만들기도 한다.
라이트노벨처럼 가벼운 문체와 개성있고 귀여운 인물들의 등장으로 편하게 읽을 수 있는 힐링 소설.
작가가 빵집에서 일했던 경험을 살려 빵을 만드는 과정을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멕시코 소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처럼 각 장마다 특정 음식(여기선 빵)을 주제로 하고 있다.
각 장의 마지막마다 빵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는데 이 부분이 하이라이트라 생각한다.
그 순간, 다 구워진 빵처럼 머릿속에서 그렸던 생각이 단숨에 부풀었다.
첫 번째 이야기: 탄 크루아상
주인공의 오지랖이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심해서 당황스러웠던 첫장.
친구가 말하고 싶지 않았을 비밀을 구태여 파헤쳤어야 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추리 결과의 증거랍시고 내놓은 것들도 현실적으로는 조금 억지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무엇보다 친한 친구 사이에 반박과 재반박이 오가는 탐정 소설 특유의 대화 구조가 WWE처럼 좀 우스꽝스러웠다.
이게 사소한 사건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코지 미스터리의 특징이라 생각하면 넘어갈 수는 있지만 평범하지 않은 상황이라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다지 힐링되는 내용도 아니고, 결말도 시원하지 않고 뭔가 찜찜했다. 도입치고는 아쉬웠지 않나 싶었던 장이다.
두 번째 이야기: 꿈꾸는 바게트
첫장처럼 억지스러운 전개라는 생각을 떨칠 수는 없었다.
이유는 같다. 확신을 가지고 진상에 도달하기까지 주인공이 얻었던 단서가 적은 편이기 때문이다.
(내가 너무 본격 미스터리의 틀에 갇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서사적으로도 거슬리는 점이 하나 있었는데, 절망에 빠진 인물을 주인공이 격려하는 후반부 장면이다.
아무리 그래도 말 한 마디로 사람의 마음을 180도 변화시키는 전개는 너무 가벼운 게 아닐까.
주인공의 어떤 행동으로 마음을 바꿨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하지만 요즘 트렌드인 버츄얼 유튜버를 다뤘다는 점은 좋았다.
세 번째 이야기: 사랑하는 시나몬롤
첫장이랑 둘째 장이 생각보다 아쉬워서 기대를 안 했는데 꽤 좋았다.
억지가 없지는 않았으나(미치나가가 화장실에 안 갔으면 어쩔 거였는데),
그걸 덮을 만큼 캐릭터들이 개성있고 연애 이야기가 재미있어서다.
아마추어의 추리를 먼저 보여준 뒤 실제 진상을 밝혀내는 플롯도 마음에 들었다.
두 학생을 시나몬롤에 빗댄 점도, 때마침 2장의 주요인물을 자연스럽게 끼워넣는 마무리도 좋았던 장.
네 번째 이야기: 안녕, 초코소라빵
추리로 따지면 모든 장 중에서 가장 덜 억지스러웠다.
목격자인 어린아이의 시선에 맞추어 대화하면서 범인에 대한 단서를 충분히 발굴하여 일반인의 범주에서 사건을 해결하기 때문.
범인이 일반적인 추리소설처럼 사건 이전에 언급되었던 인물은 아니더라도 어색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이렇게도 미스터리를 전개할 수 있구나 하고 배웠다.
퇴근길에 읽다가 초코소라빵 먹고 싶어져서 진짜 빵집 들러서 샀다. (원래 잘 안먹는 빵임)
다섯 번째 이야기: 추억의 카레빵
추리보다는 힐링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따뜻한 이야기인데 오히려 좋았다.
30년 전에 있던 빵가게를 찾아 나서는 건 아무래도 현실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런 이야기가 또 낭만이 있으니.
막판에 공개하는 주인공의 비밀도 전혀 눈치채지 못한 부분이었다.
에필로그
본편으로부터 시간이 조금 흐른 뒤 시점이다. 각 장 주요 인물들의 일상을 묘사하는데,
마지막까지 따뜻한 내용을 보여줘서 기분 좋게 덮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
쓰다 보니 비판이 많아졌는데,
그럼에도 다른 어두운 소설들보다 손이 잘 가는 책이라는 평가에는 이견이 없다.
평소에 귀여운 걸 좋아하거나 코지 미스터리를 좋아한다면 읽어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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